건설경기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친환경 건물 관련 연구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제 친환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젠 모두가 '건축물 CO₂다이어트'에 동참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에너지절감형 주택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선보인 '그린투모로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린투모로우에는 패시브, 액티브 등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위한 68가지 기술이 적용됐다. 패시브 기술을 통해 주택 에너지 사용의 56%를 줄이고 나머지 44%의 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이로써 외부 에너지 사용량을 '제로'로 만든다.

이에 뒤질세라 대림산업도 '3리터 하우스'를 공개했다. 3리터 하우스는 바닥면적 1㎡당 연간 3리터의 연료(가스나 등유)만 있으면 최적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주택이다.

대림산업은 3리터 하우스를 통해 그동안 자체 연구·개발한 52mm 삼중유리와 외장 단열판넬, 말뚝형 지열시스템 등을 공개했다.

롯데건설과 SK건설, 쌍용건설 등이 그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친환경 설비를 채택한 공동주택을 속속 내놓고 있다.

▲ 제2롯데월드(가칭 슈퍼타워123) 조감도.

▶롯데건설 "초고층 친환경 건물 완성이 목표"

롯데건설은 현재 초고층 건물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친환경 관련 연구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초고층 건물에 투입되는 자재를 모두 친환경화함으로써 차후에 이 기술들을 일반 아파트나 업무용 건물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재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고 송파구의 심의만 남겨둔 제2롯데월드(가칭 '슈퍼타워123')는 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모든 기술이 총동원된다.

슈퍼타워123은 123층(555m)짜리 1개동과 8~11층 저층건물 7개동으로 지어질 예정으로 현재 이 건물에 들어갈 콘크리트, 외장재, 바닥재, 방수재 등 자재 연구가 한창이다.

콘크리트의 경우,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시멘트의 양을 30% 가까이 줄이고 그 대신 성능이 개선된 고로슬래그(철 생산시 발생하는 부산물)로 대체한 에코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이로써 탄소량을 30%가량 줄이고 콘크리트의 조기강도 성능도 향상시켰다. 친환경에 가까워진 것뿐만 아니라 품질도 대폭 개선된 것이다.

또한 한양대 친환경건축연구센터와 건축물 전생애에서 발생되는 CO₂를 평가하는 프로그램(LCCO₂)을 공동 개발했다. 현재는 시공단계(LCCO₂가운데 25% 차지), 운영단계(70%), 폐기단계(5%)에 대한 프로그램을 각 팀이 맡아서 개별 연구를 통해 심화하고 있다. 각 팀별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통합해 완전한 LCCO₂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LCCO₂프로그램이 완성되면 롯데건설이 짓는 모든 건축물에 적용할 예정이다.

▲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 건설한 친환경 아파트 '오션 프론트 콘도미니엄'.

▶ 쌍용건설, 해외로 향하는 친환경 건축기술

쌍용건설은 자연친화형·에너지절감형·첨단 IT기술을 활용한 유비쿼터스 주택에 초첨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중이다.

경기도 별내신도시에 건설되고 있는 '쌍용 예가'의 경우, 자연친화형 주택 완성을 위해 단지 외곽에 600m 조깅 코스와 순환 산책로가 조성된다. 단지 외부의 모든 계단을 없애고 지상에 차가 없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또한 고효율 단열재와 로이유리, 폐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설치함으로써 난방에너지의 30%까지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인 경로당은 '제로에너지 건물'로 계획됐다. 진공 3중유리를 적용해 난방에너지를 60%까지 절감하고 나머지 40%의 에너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주변은 풍력과 태양광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하이브리드 LED 가로등이 설치된다.

쌍용건설의 친환경 기술은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고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해외 고급건축 시공실적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건설관련 규제 및 제도가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주거건물 최초로 최고 등급의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싱가포르의 아파트 '오션 프론트 콘도미니엄'은 로이유리를 사용해 실내 온도를 8℃ 낮추고 태양열과 빗물을 재활용해 가구당 월 18만원의 관리비를 절감했다.

시공 중에도 태양열을 이용한 전력 공급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30.3% 절감했다. 매달 올림픽 규격 수영장 11개 분량(2만7510㎡)의 빗물을 정화해 청소용수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물 사용량을 40% 줄였다. 이로 인해 연간 약 2600만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 최근 SK건설이 수원에서 분양한 '수원 SK 스카이뷰' 조감도.

▶SK건설, 업무용 최초 에너지효율 1등급 취득

SK건설은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에 시공중인 'SK케미칼 연구소'가 업무용 건물 최초로 '건축물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았다. 

SK케미칼 연구소는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로 모두 100여개가 넘는 친환경, IT, 에너지절감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기존 업무용 건물과 비교해 약 45%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특히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설비와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 설비를 갖췄다. 실내 유입되는 빛의 양을 자동 조절하는 자연채광 시스템, 열 파장 방식으로 냉·난방하는 복사냉·난방 시스템 등도 적용됐다.

최근 수원에서 분양중인 '수원 SK 스카이뷰'는 SK건설의 22가지 친환경, 녹색기술을 사용했다.

스카이뷰 세대공간에는 22mm 고효율 복층 이중창과 단열재, 대기전력차단 스위치 등이 적용돼 기존 아파트 대비 35.8%의 에너지가 절감되도록 설계됐다.

SK건설에 따르면 이 같은 에너지절감률은 광교신도시를 포함한 수원지역 최고 수준이다.

특히 실내에 시공되는 모든 자재는 SK케미칼 화학연구소와 함께 라돈, 비소, 석면 등 유해물질에 대한 테스트를 거친 후 유해물질 미함유자재만 선별적용할 예정이다.

<미니인터뷰> "콘크리트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

▲ 김정진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건축연구담당 과장.

김 과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축기술은 빠르게 발달함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제조시 들어가는 골재의 성능은 예전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의 질도 향상되기 보다는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이는 골재의 무분별한 채취로 인한 재생 불가능한 환경이 원인이 된다. 자연 치유의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이를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재료의 품질이 기대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건물 해체 후 원재료를 적극 100% 재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일본의 경우 건물 해체 후 발생하는 철골과 유리, 시멘트, 골재, 모래를 100% 분리해 재활용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국내는 해체 후 발생하는 자재들을 재활용 하지 못하고 있다. 비용부담이 발생하지만 국가의 별도 보조가 없어 업체들이 꺼려하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한번 사용된 시멘트는 다시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재생시멘트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한다"면서 "자원이 부족한 국내에서는 재생시멘트 사용이 절실하다. 재생시멘트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은 필수"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CO₂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

▲ 이승복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연구단장(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

이승복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연구단장(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은 "친환경 건물에 대한 연구와 개발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추세로 건축시장이 변화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친환경 건물, 제로에너지 건물이 아니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단장의 주장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줄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현재 건물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의 4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서울에서만 60%를 차지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단장은 "건설, 도로를 다루지 않고서는 지속가능성을 말할 수 없다. 신규 건물뿐만 아니라 기존 건물의 성능개선도 필수"라고 말했다.

노후된 건물에 아무리 좋은 에너지절약 설비를 설치한다 해도 이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일단 패시브기능 강화가 우선이라는 것.

이 단장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친환경 관련 기술은 30년 정도 뒤지는데,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기반, 즉 하부구조가 탄탄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탄탄해야 기술, 재정, 시장이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발췌 : 이투뉴스 2010년 8월 30일자>